보고싶어요
W.심각한비증
김규종이야기.
그 날도 그랬어요, 평소와 같은 날이었죠.
날씨가 몰라보게 쌀쌀해지는 바람에 사람들 저마다 목도리나 장갑으로 싸매고 있었고
사람들마다 엉켜붙어 다니면서 그 날씨를 증명해주었어요.
원래라면 그 시간이 그렇게 사람들이 몰리고 하는 시간이 아닌데,
날씨 때문에 부쩍 손님이 늘어서, 한가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정말 많았어요.
거기서,
거기서 그를 만난거에요.
"손님,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뭐있는데요?"
검은색 머리카락에 쌍커풀이 진 눈동자. 헉하게 잘생긴 남자였어요.
하지만, 첫인상은 최악이었어요.
대뜸 '뭐있는데요'라고 물어보는 말투나 표정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네?"
"뭐있냐구요- "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있는 거 다 말해주세요."
그 때 생각했어요.
이 남자 좀 모자란 게 아닌가.
"저기 카운터에 메뉴판...있거든요...손님?"
"말이 어려워서요."
"...."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서빙을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상대해야 할 사람은 그 남자 뿐만이 아니였어요.
너무 상황은 복잡했고 시끄러웠고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때문에 고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있었죠.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그 남자에게만 시간을 소비한다는 건 안 돼는 일이여서,
저도 모르게 대뜸 신경질을 내고 말았어요.
"아,이것보세요, 손님! 메뉴판을 보고 본인이 직접 주문을 하셔야죠."
"정말 잘 몰라서 그래요."
"전 서빙을 받는 사람이지, 메뉴판을 읽어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 뭔지도 모르고 아무거나 시켜야 돼요?"
"모르면 알고 오시던가 해야죠. 저희가 어떻게 하라구요."
"알았어요, 그럼 아메리카노...롱블랙?"
다른 손님이었다면 제 신경질에 버럭 화를 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는 침착했고, 제가 화 내는 것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는 듯한 표정이었어요.
그래서 그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하루에 몇 번씩이나 상대해야하는 좀 특이한 손님. 딱 그 정도까지만.
하지만, 다음 날 사람들이 붐비는 어제와 같은 시각.
그 남자가 다시 찾아온 거에요.
"뭐 있어요?"
"이것,저것 여러..어..어제..?"
"설명 좀 해줄래요?"
"...네?"
"어제 커피 시켜먹었는데 도저히 입맛에 안 맞아서요."
"저기 죄송한데 지금 손님이 많아서..."
"저도 손님이에요. 그러니까 설명해줘요."
"아니, 손님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저기 있는 커피 종류 다 설명해줘요. 도대체 뭐가 맛있는 지 알아야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사람이 많은 시각, 난 그 남자 옆에서 15분이 넘게 커피설명을 해야만 했어요.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몰라요.
어떻게 이런 남자가 이틀연속으로 나를 괴롭히나 싶었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 날도 , 또 그 다음 날도...
단 하루도 뺴지 않고, 사람이 붐비는 시각 그 남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가게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처음엔 화도 내봤어요.
"......주문 할 거 빨리 얘기하세요."
"핫 모카자바? 저건 얼마에요?"
"5000원이요."
"플롯트? 저건요?"
"저거 지금 판매 안해요."
"카페오레는요?"
"5300원이요."
"그럼 에스프레소는?"
"저기요, 저 지금 진짜 진지한데요. 혹시 저랑 장난하세요?"
"아뇨."
"그럼 왜 그래요? 일부러 맨날 내가 서빙하는 테이블 구역에만 앉고,
하루도 빠짐 없이 찾아와서는 바쁜 시각에 열 올리게 만들고!!
제가 그 쪽한테 뭘 잘못했다고 매번 이렇게 장난 치는 거에요?"
"전 장난 친 적 없어요. 5300원이라고 했죠? 카페오레 하나요."
그것도 통하지 않아서, 애원조로 나가보기도 했어요.
"후우.....오늘도 오셨어요?"
"오늘도 서빙하세요?"
"진짜 사장님이 서빙 늦게 한다고 막 혼내요..저 여기 짤리면 어디 가라구요."
"사람이 갈 데야 없겠어요?"
"남 일이라고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싹다 그 쪽 탓인데..
이제 안 오시면 안 돼요? 저 진짜 이거 짤리고 나면 갈 데도 없어요. 네? 이제 좀 그만 하세요."
"오늘은 뭐 먹는 게 나을까요?"
"아, 이 커피들 다 안 좋아요.몸에. 그러니까 이제 마시지 마시고..
아니면 제가 다른 커피가게 소개시켜드려요? 여기보다 훨씬 좋은."
"여기가 제일 가까워요."
하지만 독하디 독한 그 남자는 절대로 넘어오지 않더라구요.
그런데요,
이상한 거 하나를 발견했어요.
언젠가부터 그 남자가 올 시각이 되면 문을 바라보는 버릇이 생긴거에요.
'아, 이제 오겠구나. 오늘은 조금 늦었네. 조금 빨리 왔네.' 하는..
그런 버릇이 생겨버린 거에요.
내 감정이 어떤 건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난 확실히 그 시각에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 그 남자를 찾고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일까요.
그 남자가 안 온지 3일이 지났어요.
안타깝지만 내가 그 남자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요.
하루하루 매번 커피를 마시러 가게에 올 만큼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 밖에는...
난 연락처도 모르고, 이름도 몰라서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요?
혹시 아픈 건 아닐까요?
안 올리가 없는 사람인데..
걱정이 되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
.
.
.
보고 싶어요, 그 남자.
김현중이야기.
그냥 사사롭고 평화로운, 단지 조금 춥다는 단점이 있는 그런 날.
커플들은 둘씩 엉겨 붙혀서 꽉 잡은 손과 허리를 풀지 않고 종종걸음을 하고,
목도리나 장갑이나 마스크나 모자나..동원할 수 있는 것들이란 것은 다 동원해서 걸어다니는 사람들로 거리가 붐볐어요.
그 때, 그냥 무심코 걸어가다가 옆에 있던 커피가게로 시선을 돌렸어요.
거기서,
거기서 그를 본거에요.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고 그저 멍해졌어요.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후광이 비친다고 해야하나.
적어도 내 눈엔 그랬어요.
그래서 앞뒤생각할 것도 없이 가게에 들어갔어요.
"손님,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뭐있는데요?"
내 물음에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는 모습이 귀여웠어요.
그 때 주위를 둘러보니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남자가 곧 다른 사람한테 서빙을 가야 할 낌새였어요.
그 때 생각했죠.
아, 시간을 끌어야겠다-하고.
"네?"
"뭐있냐구요- "
"이것..저것 여러가지로.."
"있는 거 다 말해주세요."
그 때, 날 보고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요.
"저기 카운터에 메뉴판...있거든요...손님?"
"말이 어려워서요."
"...."
"아,이것보세요, 손님! 메뉴판을 보고 본인이 직접 주문을 하셔야죠."
"정말 잘 몰라서 그래요."
"전 서빙을 받는 사람이지, 메뉴판을 읽어주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럼 뭔지도 모르고 아무거나 시켜야 돼요?"
"모르면 알고 오시던가 해야죠. 저희가 어떻게 하라구요."
"알았어요, 그럼 아메리카노...롱블랙?"
맙소사.
악영향으로 가고 말았어요.
그 남자가 신경질을 냈거든요.
조금 쫄았지만 그래도 다행이에요.
그 남자를 만나서.
그리고 그 다음 날, 같은 시각 나는 그 까페로 들어갔어요.
그 남자 볼 것만 생각해서 하루종일 그 시간만 기다렸었거든요.
"뭐 있어요?"
"이것,저것 여러..어..어제..?"
"설명 좀 해줄래요?"
"...네?"
"어제 커피 시켜먹었는데 도저히 입맛에 안 맞아서요."
"저기 죄송한데 지금 손님이 많아서..."
"저도 손님이에요. 그러니까 설명해줘요."
"아니, 손님이 아니라는 게 아니라..."
"저기 있는 커피 종류 다 설명해줘요. 도대체 뭐가 맛있는 지 알아야될 것 같아요."
그 날은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어떤 반응이 와도 당황하지 않고, 그 남자에게 내 존재를 인식시키려구요.
그래야지 알아줄 것 같아서.
그렇게 많은 하루 손님 중에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래서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 날도 , 또 그 다음 날도...
단 하루도 뺴지 않고, 사람이 붐비는 시각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 가게로 갔어요.
그런데 제 맘도 몰라주는 이 남자는 내게 화를 내더라구요.
"......주문 할 거 빨리 얘기하세요."
"핫 모카자바? 저건 얼마에요?"
"5000원이요."
"플롯트? 저건요?"
"저거 지금 판매 안해요."
"카페오레는요?"
"5300원이요."
"그럼 에스프레소는?"
"저기요, 저 지금 진짜 진지한데요. 혹시 저랑 장난하세요?"
"아뇨."
"그럼 왜 그래요? 일부러 맨날 내가 서빙하는 테이블 구역에만 앉고,
하루도 빠짐 없이 찾아와서는 바쁜 시각에 열 올리게 만들고!!
제가 그 쪽한테 뭘 잘못했다고 매번 이렇게 장난 치는 거에요?"
"전 장난 친 적 없어요. 5300원이라고 했죠? 카페오레 하나요."
그러더니 며칠 뒤엔 애원까지.
"후우.....오늘도 오셨어요?"
"오늘도 서빙하세요?"
"진짜 사장님이 서빙 늦게 한다고 막 혼내요..저 여기 짤리면 어디 가라구요."
"사람이 갈 데야 없겠어요?"
"남 일이라고 너무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보면 싹다 그 쪽 탓인데..
이제 안 오시면 안 돼요? 저 진짜 이거 짤리고 나면 갈 데도 없어요. 네? 이제 좀 그만 하세요."
"오늘은 뭐 먹는 게 나을까요?"
"아, 이 커피들 다 안 좋아요.몸에. 그러니까 이제 마시지 마시고..
아니면 제가 다른 커피가게 소개시켜드려요? 여기보다 훨씬 좋은."
"여기가 제일 가까워요."
하지만 통할리가 없죠.
저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의 말은 안 듣거든요.
그렇게,
언젠가부터 습관이 하나 생겼어요.
그 까페에 사람이 붐비는 그 시간만 되면 그 가게로 가버리는 습관이요.
'오늘은 뭘 물어보지,어떻게 시간을 잡아두지'하는 그런 고민을 하는..
그런 습관이 생겨버린 거에요.
제가 커피를 미친듯이 싫어한다는 사실도 모를거에요.
좋아하는 줄로 알고 있겠죠. 매일 그렇게 마셔대니까요.
그 정도로 내가 얼마나 자기한테 빠져서 살고 있는지도 모를거에요, 아마.
상상도 못하겠죠.
그런데 습관을 깬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굳게 마음을 먹고 그 가게에 가지 않은 지 3일이 지났어요.
그 시간만 되면 당장 달려가고 싶어서 얼마나 참았는지 몰라요.
하지만 그 남자는 다를거에요.
내가 안 가도 상관없어 할 거에요. 속으로 좋아할지도 모르죠.
'아- 오늘은 날 괴롭히는 그 사람이 오질 않는구나.'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내가 오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궁금해할까요?
날 기억 해 준 게 분명한데...
보고싶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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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 보고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