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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의 남자
Past Story 45 ▶▶ Sad Memory
For 영생,현중
그렇게 서로를 찾지 못한 채로 몇 년이 흘렀고 영생은 이리저리 길거리를 누비는 신세였다.
그러던 어느날 은행쪽에서 현금을 갓 인출하여 나오는 한 남자와 부딪히게 되었고, 그가 돈을 떨어뜨리자 순간의 욕심으로 그 돈을 가지고 뛰어가려 했다.
하지만 남자는 빠른 속도로 영생의 옷자락을 잡았고, 당황한 영생이 표정이 싹 굳으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
"...진짜..진짜 죄송해요...다신..다신 안 그럴게요."
"........."
영생에게 화를 내려던 남자는 영생의 그렁그렁한 눈물가를 보면서 마음이 약해졌는지, 영생의 옷자락을 슬며시 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집으로 그를 데려갔다.
"배고프지?먹어."
".....진짜요?"
"응.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얘기하고-"
".....고...고마워요,진짜로."
그는 자신을 정윤호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영생의 이야기를 모두 전해들은 다음 진심으로 가슴 아픈 눈동자를 하면서 영생에게 자신의 집에 살아도 된다는 권유를 했고, 더 이상 배고픔과 길거리에서의 추위를 견딜 수 없었던 영생은 그의 제안을 감사히 승낙했다.
그렇게 영생은 그의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고 몸이 좀 아프던 윤호란 남자를 옆에서 간호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영생은 윤호에게 부탁을 해서 현중의 행적을 찾으려 애썼지만 그를 찾아 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만 갔다.
"약 먹어야지, 여기."
"그런데 니가 매일 찾는 그 남자, 찾을 수 있을까?"
"글쎄.."
"...과연 그 남자도 너 찾고 있을까?"
"왜 그런 얘기를 해?"
"니가 그 남자를 찾으면 이 집을 나갈 거 아냐."
"......"
"너 나가고 나면 어떻게 살지."
"...나 없이도 살아왔었잖아."
"마음은 안 살아 있었어."
".....응?"
"몸만 살아있었고, 마음은 안 살아 있었다고."
윤호는 영생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그런 말을 했고, 영생은 얼굴을 붉혔다. 영생이 그를 사랑하게 된 지는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이 집에서 살게 해 준 윤호에게 그저 감사함의 표시 였는지 자신을 사랑한다는 윤호의 키스에도, 잠자리에도 거부를 하는 의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가던 하루하루 중, 영생은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윤호의 지인이 자주 가던 술집 웨이터에게 현중이 조폭의 보스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것이였다.
"...가볼게,나."
"가지마..."
"가봐야만 돼, 그렇게 헤어지고 몇 년이 흘렀어.."
"...가지마. 나 너 없으면 죽어."
"그냥 병 나을 생각만 해.."
"약도 안 먹을 거야, 정기적으로 병원 가는 것도 안 갈거고, 물리치료도 안 할거야."
"바보같은 소리하지 마.."
"너 들어 오기 전도 그랬었어. 살고 싶은 이유가 없었으니까 약도 먹기 싫었고..치료도 필요 없었어. 너 오고 나서 겨우 하게 된 거라고.."
"미안해.."
영생은 아파오는 가슴과 흐르는 눈물을 겨우 감추며 그에게서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주소가 적혀져 있는 종이를 보며 현중이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각이라 문이 닫힌 술집 앞에서 영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영생은 한참을 기다렸고 몇 시간이 지나서 날씨가 어둑어둑해지자 이 쪽으로 다가오는 검은색 차량을 보게 되었다.
문이 열렸고, 뒷자석에서 그토록 보고 싶었던 두고 가야만 했던 한 남자가 내렸다. 그 남자를 보자마자 영생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흐으...흐으.."
"......?"
차에서 내린 현중이 누군가 우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고, 거기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슬프게 울고 있는 영생을 발견했다. 현중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많이 변해버린 서로를 확인하며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현중이 영생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오늘은..또 누구한테 맞았는데..."
"흐으...흐으..미안해애..."
현중은 아무런 말 없이 그를 껴안았고 영생은 현중의 품 안에서 그 동안의 설움과 슬픔, 그리고 현중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이 다 합쳐져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너무 약해서 옆에서 지켜줘야만 했던 연약한 친구는 몇 년 후, 그가 가장 그리워 했고 가장 사랑하는 연인이 되어 그의 옆으로 돌아왔다.
"현중아, 너 조직 애들 중에 민석씨 있잖아."
"아,응..걔 왜?"
"그 사람...등에 문신했더라."
"다 벗겨 놓으면 그런 애들 많아."
"진짜?...흐응, 나도 문신이나 할까."
현중은 갑자기 영생의 허리를 꽉 껴안으며 그의 뽀얀 등에 얼굴을 묻었다.그리고선 낮게 읊조렸다.
"문신하면 죽을 줄 알아..안 봐."
"왜애?"
"그거 되게 아퍼.또 울려고?"
"아,그러면 너도 아파서 문신 안해? 겁쟁이네-완전."
영생은 현중을 놀리려는 듯 싱긋 웃어대며 그런 말을 했고, 현중은 침대 이불에 가려져 있는 영생의 허벅지의 깊숙한 곳에 제 손을 올려놓으며 더 장난기 어린 모습으로 속삭였다.
"허영생..깝친다 이거지? 좀 아프고 싶은 가봐?"
"변태야- 비켜,비켜."
"싫은데-"
"흥,아파서 그런 거 아니면 왜 안 하는데."
"....후회할 거 같아서."
"후회?"
"문신은 못 지우잖아. 아예 못 지우는 잉크도 있고, 지울 수 있는 잉크도 있다던데 지울수 있는 잉크도 그 흔적은 다 남는대. 나중에 내가 커서..이 일 그만 두게 되면, 후회할 까봐 그래."
"후회라..."
"그러는 넌 왜 갑자기 문신이 하고 싶은데."
"니 이름으로 새기고 싶어. 그러면..영원히 잊을 수가 없잖아."
"...후회한다 해도?"
"응."
"그럼 나도 할래."
"왜? 후회하기 싫다며."
"니 이름으로 새겨 넣은 건 후회 안 할 것 같아. 안 헤어지면 되니까."
현중이 싱긋 웃음을 지으며 영생의 볼에 살짝 입을 맞추었고 영생 역시 그런 그를 보며 웃어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기간은 별로 길지 않았다.
"여보세요."
-허영생..씨 맞죠? 윤호랑 같이 살았다던..
"...네."
-윤호가..윤호가 병원에 있어요. 약도 거부하고, 치료도 거부하다가..오게 되었는데 여기 와서도 별로 변한 게 없어요. 제발 부탁이니까..찾아 와주시면 안될까요?
"......"
-제발요, 윤호 이렇게 두면 죽어요..윤호 당신 이름 밖에는 안 불러요..
"......"
영생을 전화를 끊은 후 옆에서 세상을 모르고 자고 있는 현중을 바라봤다. 그리곤 그의 등에 새겨져 있는 문신을 바라보다 자고 있는 현중을 지나 그 집에서 빠져나왔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윤호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밖에는. 자신을 이렇게 살게 해주었고, 현중과도 다시 만날 수 있게 해 준 정말 고마운 사람이였다. 사랑이든 뭐든은 상관 없었다. 그가 죽는 건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
영생이 단걸음에 달려 온 병원의 1인실에서는 윤호가 밥을 거부하며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문 앞에서 그런 윤호를 지켜보던 영생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에게 달려가 그를 제 가슴팍에 꼭 집어넣었다.
"..흐으..죽으면 안 돼..."
"......"
"죽으면 안 돼..."
"흐으..."
"이제 절대 죽으려고 하면 안 돼.."
"흐으으.."
"..내가..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이제 죽으려고 하면 안 돼.."
그렇게 둘은 두번째 이별을 맞이했다.
잊을 수 없는 그들의 슬픈 기억.
Sad Memory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