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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의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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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le 11
└→ 낌새
"...정민아! 고기 먹어, 고기!"
"...안 먹어..."
"...왜왜? 먹어.맛있어."
".....너나 많이 먹어..."
정민의 방에 맛있는 고기 냄새가 침투를 했지만 도저히 먹을 기분이 아니였다.
정민이 규종을 쫒아내고 문을 닫은 뒤 침대에 힘없이 누웠다.
언제나 일관적이던 그 무표정이 풀려져 있던 걸 본 순간.
짙은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음을 본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떠오르는 건 김현중의 슬픈 눈동자 뿐.
정민이 뒤척이다 이내 못견디겠다는 듯 베개속에 머릴 파묻고 눈을 감았다.
.
현중이 조용히 머리를 쓸어내렸다. 머리가 띵한 것 같았다.
며칠사이나 '애인과 데이트'를 한다며 못 만난다던 정민이
갑작스레 나와달라는 말에 기분좋게 나왔는데,
하필이면 정민이 카페에 약혼녀랑 같이 앉아있는 건 또 무슨 상황인지.
당당한 약혼녀의 표정과 주눅든 정민의 표정이 대조되어 보였다.
들어갈 때부터 어두침침한 그 분위기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 정민을 보고서
어느 정도 눈치를 채고 있었던 현중이었지만
알고 있었다고 해서 놀라지 않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행여나 멀어질까, 부담이 되서 더 이상 못 만난다고 말할까 싶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만나고 싶은 감정을 겨우 추스리며 괜찮다고 했는데
이제와서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하는 정민이 얼마나 미워보였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민을 포기할 마음 따위는 없었다.
정민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었다.
원래 사귀고 있던 애인이 있던 터였으니
당연히 둘 중에 정리한다고 하면 지금껏 몇 번 만난게 겨우인 현중을 택했을 게 맞았다.
하지만 이해와 수긍은 달랐다.
"....더 이상 만나지 말자면서..그런 슬픈눈으로 보면..어쩌겠다는 건지."
.
길거리에 남은 형준이 조용히 돌아다니다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전화해 준대놓고..."
아까 정민이 어떤 여자의 손을 잡고 휙 뛰어가는 바람에
도저히 어떤 상황인지 알지도 못하고 정민을 보냈었다.
얼굴이 꽤나 이쁜 귀티가 팍팍나는 여자였는데 정민이 그런 여자까지 알고 있구나싶어
꽤나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누구지..."
형준이 추리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핸드폰을 꺼내 정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길거리에 자신을 버리고 간 정민에게 한껏 욕을해주려고 마음을 먹은 뒤
계속 이어지는 신호음에 집중을 했다.
신호음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안 받네...흐응,뭐야.대체."
형준이 볼을 부풀리며 핸드폰을 째려봤다.
그렇게 핸드폰을 째려보다가 이내 포기를 했는지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걱정 할 일은 아니겠지?"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형준의 표정은 걱정에 휩싸여 있었다.
그 여자의 입에서 나온 웬 남자의 이름과 정민의 당황한 표정.
남자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여자의 손을 잡고 뛰어나가던 모습.
이 모든 걸 조합시키면...
"푸하...정민이가?....정민이가..에이~"
하지만 형준의 마음 한 편은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한참을 자고 나서야 정민이 눈을 비비며 일어섰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려 눈을 감고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어 버린 것이였다.
정민이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형준이한테 전화해주기로 했는데...."
정민이 앞을 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볼에 무언가 축축한게 와닿음을 느꼈다.
"....."
정민이 고개를 들고 베개를 바라봤다.
축축하게 적셔져있는 베개를 보고 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울어 본 게 얼마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오랜만에 울어보네."
정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도 궁금하고, 아까 상황에 궁금해하고 있을 테고...
"......"
길어지는 신호음이 정민의 마음을 떨리게 해왔다.
-"정민아."
"아,형준아..어딘데?"
-"..나 그냥..밖에 있어."
"아직 안 들어갔어..?"
-"응..저기.."
"........"
-"아까 말인데..그 여자 누구야?..꽤 이쁘던데.."
"아,그냥..잘..모르는 사람이야."
-"..넌 어딘데?"
"나 집에..나갈까?"
-"....나랑 같이 밥 좀 먹자."
정민은 조금 어두운 형준의 목소리를 듣고는 기분이 다운되는 걸 느꼈다.
.
택시를 타고 만나기로 했던 음식점 앞에 내리자 형준이 기다리고 있는게 보였다.
정민이 형준을 바라보자 형준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었다.
"...여기야? 맛있다는 데가?"
"응,되게 맛있어 보이지."
음식점 안으로 자리에 앉은 둘은 음식을 주문했다.
한동안 아무말 없다가 정민이 아까 있었던 일을 사과하려 먼저 입을 열었다.
"아까 그냥 가서, 미안해."
"...뭐,미안할 거 까지는 없고..."
형준이 당황한 듯 자기 귀를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정민을 응시했다.
"...물어봐도 되나?"
"뭘..?"
"..그 사람..그냥..모르는 사람이야? 아니,분위기가 좀 심각해보여서.."
"........"
"고..고민있으면 나한테 말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거면 도와줄게."
"....하."
"내..내가 괜히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 도와주려고 있는 거지...무슨 일인데..?"
"..진짜 도움이 필요할 때..말할게.지금은.."
'....도저히 너한테 할 얘기가 아니야, 이 건..'
"내가 알면 안 되는 거야..?구..궁금하게 왜 그래~"
형준의 떨리는 눈동자가 정민을 바라봤다.
정민은 형준의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물컵만을 빤히 바라봤다.
"..응,니가 알면 안 돼..그냥 그렇게만 알아주라."
"........"
"........"
".....그..알았..어.하하! 음식 빨리 안 나오나? 되게 주춤거린다,여기!!"
형준이 실망스러운 마음을 웃음으로 감춘 뒤 음식을 재촉했다.
물컵만을 빤히 바라보던 정민이 이내 화장실에 가고 싶었는지 일어섰다.
"나 화장실 좀 갔다 올게."
"응,저기..저 쪽으로 가면 있어."
형준이 정민에게 화장실 위치를 가르쳐 준 뒤 정민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뭘 숨기는 거야,대체.."
그렇게 형준이 울상을 짓고 있을 찰나였다.
이내 상 위에 올려져있는 정민의 핸드폰이 눈에 띄었다.
"......"
형준이 핸드폰을 빤히 바라보며 고민을 하다가
뒤를 돌아 주위를 두리번 거린 뒤 떨리는 손으로 정민의 핸드폰을 들었다.
정민을 의심하기는 싫었지만 어쨌든 정민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지
같이 공유해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주고 싶었던 형준이었기에 통화목록을 켰다.
-형준이~
-형준이~
-형준이~
-형준이~
".....뭐야."
하지만 '형준이'로만 가득 찬 별 볼일 없는 통화목록을 보며
형준이 그나마 의심을 놓으며 안심을 하고 있을 찰나였다.
-김현중
아까 만났던 여자가 '김현중'이라는 이름을 말하자마자,
정민이 여자의 손목을 낚아 챈 뒤 뛰어나갔던 게 생각이 났다.
"......김현..중."
형준의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형준이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 거린 뒤 '김현중'으로 저장 된 핸드폰 번호를
자기 핸드폰 번호에 저장 시켰다.
그리곤 떨리는 손으로 정민의 핸드폰을 닫은 뒤 상 위에 올려놓았다.
때 마침 정민이 손에 물기를 털며 화장실에서 나와 형준의 앞에 앉았다.
".....물..한 잔 더 줄까?"
"응? 아니,됐어."
"히히..그으래."
.
'있잖아,정민아.. 나 왜 떨리지.
니가 나 아플 때 와서 했었던 말들이..왜 막 떠오르는거지.
나 왜 이렇게..막..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는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