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子의 치명적인 유혹*37
-변화-
조용한 그들 사이에 차가운 바람소리만이 맴돌았다.
형준이 슬며시 규종의 팔에서 손을 뗀 뒤 현중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저기..아..웬..일이야?"
"...글쎄,나도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다. 겨우 이런 거 보러 왔나..?"
"..아니..오해가..있었던 모양인데..하하...."
정색을 하고 있는 현중을 보면서 형준이 당황한 듯 서 있다가
커다란 가방을 양 쪽으로 들고있는 현중의 손으로 시선이 갔다.
형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현중에게 다가가 짐을 들어주려 했다.
"뭘 이렇게 많이.."
현중이 짐을 자기가 있는 곳으로 당기며 형준을 행동을 제지했다.
"....그 집 나왔어."
"..에..무슨..집?"
"우리 살던 집.짐이 남아 있기는 한데...
필요한 건 당분간 매니저 시켜서 가져가라고 할게.
가져가고도 남은 거면 필요없는 거니까 니가 알아서 버리던지."
현중의 차가운 태도에 형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그 분위기를 어떻게든 되돌리고 현중의 오해를 풀고 싶었던지
해맑게 웃으며 현중에게 말했다.
"으히히! 형 숙소 생겼구나!"
"어."
"하..하하..그..그래! 형은 톱스타니까~...에...어.."
형준이 무안한 듯 이리저리 입술을 삐죽이다가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현중인지라 형준이 다시 현중을 보며 말을 걸었다.
"짐이 이렇게 많아서..무겁겠다..말하지.내가 챙겨줄건데.."
"너 그럴 시간이 없어보이는데."
"무..무슨 소리야..시간..많은데.."
"..잠 잘 시간도 없어보이네, 밤 늦게 이렇게 돌아다니고."
"...아..아냐.."
"...."
"그..그나저나...수..숙소 어딘데?"
"나도 몰라."
"....에...그래..?..알게 되면..꼭..전화 해줘."
"시간이 있으려나."
"하...하....그래.."
현중이 형준의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도 않은 채
건성으로 한 마디 한 마디를 내뱉자 형준이 당황한 듯 어색하게 웃어댔다.
그리고 그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규종이 현중에게로 한 걸음 다가섰다.
"거참..매정하네요."
"누구세요."
"설명 할 그런 입장은 아니구요."
"...당신도 형준이한테 돈 줬어요?"
현중을 바라보던 형준의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형준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땅을 바라봤다.
도저히 현중의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규종을 한참동안이나 내려다 보던 현중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랑 이렇게 나와서 오해했나 본데."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상황이긴 하죠.
클럽에서 남자 둘이 팔짱 끼고 나오는 꼬라지가 좋은 건 아니잖아요?"
"하..형준이가 그 집 살면서 비위 맞춰주느라 꽤 고생했겠네요.
이왕지사 뒷통수 맞으신 김에 하나 더 얘기해드려요?"
"....뭐요?"
형준이 놀란 눈으로 규종을 돌아봤다.
규종이 형준을 안쓰럽게 쳐다보다가 이내 현중에게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김형준이랑 처음 이 클럽에서 만났죠.
그럼 지금 말하는 거 보면...대충 무슨 일을 했었는지는 눈치 챈 것 같은데..
...당신은 예외일 것 같아요?"
"..뭐라고?"
"...규..종아.하..하.너,왜...너 왜그래~"
형준이 울상을 짓고는 규종의 팔목을 잡았다.
그런 형준의 손을 규종이 조용히 빼낸 채 현중을 응시한 채 말을 계속 했다.
"....당신도 형준이한테 돈 주고 자는 그 남자들이랑 똑같아요.
처음부터 형준이는 그 쪽한테 돈을 얻어내려고 같이 살자고 했고,
그게 지금까지 온 거에요. 그런데도 재수없게 중간에 들켜버렸구요.
그동안 당신 비위 맞춰주면서 잘 살아 왔는데..물거품 된 거죠."
"하...뭐라고..?"
"김형준은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접근 한 거라구요.의외로 눈치가 느리시네요."
"...규..규종아,왜그래...아..아냐,현중이 형..진짜로 아냐.."
현중이 어이없다는 듯 계속 피식거리며 웃어댔다.
슬픔과 원망,실망이 모두 담긴 듯한 그의 눈동자가 형준을 바라봤다.
형준이 언제부턴가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현중의 앞으로 다가섰다.
"저기..형...아니야..."
"......"
"....나 믿지?..응?..나 믿지?"
"...아니,안 믿어."
"나 믿는댔잖아..."
"그 때랑 같아,지금이?"
"...형......그게 아냐...나는.."
"...솔직하게 말해."
"...."
"...."
".....그랬..었지만..지금은 진짜 아냐."
"맞긴 맞네?"
"처음엔 그랬어..진짜로..그랬는데.."
"언제부터 달라졌는데? 내가 언제까지 너한테 속았었는데..?"
"....모..르겠어..하지만..진짜로..이젠.."
"김형준...그러는 거 아니다.제대로 뒷통수 때린다,너."
"..형..진짜로..아니란 말야...흐으으...흐읍..지금은 아냐.
지금은 나 형 진짜로 사랑하고..."
"....이젠 니 말 믿어지지가 않아."
".....형...흐으으...."
현중에게 애처롭게 매달리는 형준을 보며 규종이 형준을 떼어냈다.
"그만해,너도...김현중씨, 조금 억울하겠지만.
당신도 여자 생기자마자 이렇게 집에서 나오는 거 보면..
별로 형준이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지는 않네요."
순간 형준이 천아를 떠올렸다.
"....형...스캔..들..진짜야...?"
"..진짜건 거짓이건..이제 너랑 상관 없잖아."
".....형..."
현중이 형준을 한동안 쳐다보다가 이내 뒤돌아섰다.
그런 현중을 향해 뛰어 가려는 형준을 규종이 잡아챘다.
"..놔!..김규종!!너 왜이래..?! 놔란 말야!!! 놔!! 김규종!!!"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형준을 규종이 더 세게 잡아당겼다.
"...놔란 말야!! 너 미쳤어,김규종!!!"
현중은 그렇게 형준을 뒤로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나갔다.
"..현중이 형!!...현중이 형!!!!!!!!!.....형아....흐으으....형...!!!!!!!!!"
형준의 애달픈 외침이 아무도 없는 그 새벽 거리에 울렸다.
현중의 차가운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2007년 그 해 겨울은 그렇게도 추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