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와 죽음사이 .................
Kissing Or Dying
Killing Or Desertting
키스하거나 죽거나
죽이거나 놓아주거나
* K O D 19 그 거리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자, 정민은 제 옆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어제 자신이 그렇게 화를 냈는데 현중이 옆에서 아무 일 없이 자고 있길 바란 자체가 웃긴 거였다. 정민이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
아무런 말 없이 침대에 누워 있던 정민은 힘을 내어 상체를 일으켰다. 순간 허리에서 느껴져오는 통증에 아찔했지만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다.
"...후우.."
정민이 허리를 잡고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어두운 표정을 한 채로 거실로 나갔다. 얼마 가지 않아 거실로 나간 정민은 정민이 조심스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놀란 정민의 눈이 커졌다. 바닥에서 자고 있는 현중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쇼파에서 잠을 자다가 떨어진 것 같았다.
어제 술을 마시고 올 거란 사실은 눈치챘었지만, 얼마나 마셨던 건지 이불도 하나 덮지 않은 채 바닥에서 자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보였다.
"......"
현중의 어깨에 다가가던 정민의 손이 힘없이 내려갔다. 아무렇지 않게 현중을 대할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현중을 보면서도 현중을 더 힘들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고 슬프기만한 정민이였다.
결국 정민은 현중을 깨우지 못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밥을 먹을까 하고도 생각해보았지만 그다지 허기가 지지 않았다. 많이 잔 바람에 잠도 오지 않는 지라 할 일이 없는 정민이였다.
"...후우.."
정민이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바라보다가 문득 어제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영운과 관계를 맺은 이후로, 너무 피곤한 바람에 샤워도 하지 못했던 사실이 떠올랐다.
추운 날씨이지만 하루에 몇 번이고 샤워를 하는 건 정민에게 언젠가부터 습관이 되어가고 있었다. 샤워를 한다고 해서 키스마크가 사라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였지만 정민은 영운과 관계를 가진 후면 철두철미하게 몸을 씻었다. 조금이라도 영운의 손길이 남아 있지 않길 바라는 소망이었지만, 그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였기 때문에 샤워를 하는 횟수는 항상 늘어만 갔다.
그런데 어제, 집으로 돌아온 뒤 현중과의 마찰이 있는 바람에 슬퍼서 샤워고 뭐고 울다지쳐 잠이 들어 버린 것이였다. 정민은 이제까지 잘 있어놓고 그제서야 꺼림칙함을 느꼈다.
영운이 고개를 돌려 자고 있는 현중을 바라봤다. 술을 마셨다면 새벽에 들어왔을 테니까 현중이 일어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을 테고, 현중이 깨어나기 전에까지만 샤워를 한다면 되는 것이였다.
정민은 현중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화장실로 들어갔다.
"...후우..."
바지를 벗겨내고 티셔츠도 벗었다. 몸에서 하나씩, 하나씩 옷이 떨어져나갔고 그럴 때마다 정민의 맨살이 드러났다. 군데 군데 피어있는 붉은 흔적과 멍이 든 몸이 여지없이 거울에 드러났다.
정민은 체념한 모습으로 거울을 바라봤다. 그래도 얼굴이나 목에 남기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정민이 욕조로 들어가 샤워기 물을 틀었고, 처음엔 좀 차갑던 물줄기는 시간이 지나자 따뜻한 물이 되어 피부에 부딪혀왔다.
"....."
다시금 생각해봤다. 여기서 현중에게 모든 것을 밝힌다면 모든 상황은 끝이 날 수가 있었다. 현중이 저렇게 힘들어 하는 일도 없을테고 무엇보다 자신의 고통스런 날들도 드디어 끝이나는 것이다.
영운이 CD를 친구들에게 풀게 된다면 그 친구들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고등학교 친구랑 지금까지 쭉- 친하게 지냈던 규종이 있으니까, 또 동창생이 아니더라도 친구는 있으니까 그나마 괜찮았다.
하지만 영운이 CD를 현중에게 풀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가 의문이였다. 꽤나 큰 충격을 받을 것이였다. 더군다나 자료는 많았다. 결코 '한 번 저지른 실수'가 아니라는 것이였다.
CD의 대부분은 고등학교 때였지만, 하나는 최근이였다. 그 때 영운의 집에서 찍혔던 게 있는 것이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기에 별다른 반항 없이 체념한 모습으로 영운에게 몸을 맡기고 있을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수치스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앗뜨.."
정민이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샤워기의 물줄기에서는 하얀 김이 퍼져오르고 있었고, 정민은 다급하게 물을 잠구었다. 몸이 뜨거운 물의 온도 때문에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정민은 몸에 있는 뜨거운 물방울들을 닦아내고 샤워타올을 들어 몸을 씻겨내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한숨이 흘러나왔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막막해져왔다.
사실, 영운이 정민을 영원히 잡아두지는 않을 것이였다. 한 때 그를 사랑하기도 했었던 정민이였기에 영운에 대한 건 어느 정도 다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흥미거리에 쉽게 질리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머지않아 정민에게도 질리게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언젠가 정민에게 질릴 거라고 해서 그 알 수 없는 언젠가만을 기다릴 수 있는 노릇도 아니였다. 정민은 이미 너무 많이 지쳐 있었고, 현중과의 관계도 이미 얽혀져 간지 오래였다.
아무래도 제일 마음에 걸리는 건 현중과의 관계였다. 여기서 방치한다면 관계는 더 나빠질 것이였다. 하지만 여기서 모든 게 끝난다해도 어떻게 현중에게 그 동안의 상황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하는지 머릿 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후우..."
그렇게 몇 분이 흘렀고, 정민이 긴 타올을 꺼내 허리에 둘렀다. 상체를 드러낸 채 화장실 밖으로 나가는 게 신경쓰였지만, 어차피 현중은 자고 있을테니 깨기 전에 어서 방으로 들어가려는 정민이었다. 정민이 머리카락에서 떨어지는 물 줄기를 작은 수건으로 닦아내며 화장실의 문을 열려는 찰나였다.
".....어.."
".....!!"
정민이 화장실 문을 열기도 채 전에, 화장실의 문이 활짝 열렸고 그 앞에 서 있는 부스스한 모습의 현중이 보였다. 당황한 정민의 눈동자가 속눈썹과 함께 떨리고 있었다.
"....."
"....."
정민을 보자 당황한 건 현중도 마찬가지인 듯,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멍한 상태에서 어느새 정신을 차린 모습이었다. 정민은 그 상태로 멈추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샤워...했냐?"
"......"
한참 정민의 눈을 바라보고 있던 현중의 시선이 조금씩 내려갔다. 그의 시선이 정민의 눈동자를 지나 그의 목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 현중의 시선을 느낀 정민은 아랫입술을 다물며 다급하게 문의 고리를 잡았다. 그리곤 이를 악물고 현중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샤워..안 끝났어.."
정민이 빠르게 문을 쾅-닫아 버렸고, 뒤이어 화장실 문을 잠궜다. 문 앞에 현중이 무슨 표정을 하고 서 있을지 상상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 되면 화를 내야 정상인데 문 밖의 현중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오히려 화를 냈다면 차라리 정민의 마음이 더 나았을 텐데 현중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되길 바란 건 아니였는데, 그저 몸을 들키는 게 무서워서 또 다시 현중에게 상처를 주고만 정민이였다.정민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욕조에 걸터앉았다. 머리가, 가슴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얽혀버린 관계가 언젠가 영영 풀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
"그러니까!! 오늘 사장님한테 돈 받았은 걸로 죽창 마시고 먹자, 이거지~"
"호우! 오랜만에 목에 기름칠 좀 하겠구나."
"얼마만에 회식이야,진짜- 나 오늘 완전 신경 안 쓰고 먹을래."
"..언젠 니가 신경 쓰고 먹었냐?"
"가격 신경 쓰지말고 마음껏 먹어, 마음껏! 그럼 오늘 다 가는 거지?"
대기실 안은 왁자지껄하니 시끄러웠다. 요새 손님이 많이 와서 매상이 좋다며 클럽의 사장님이 윤호에게 꽤 보너스를 두둑하게 넣어 준 것이었다. 윤호는 두툼한 흰색 봉투를 흔들면서 회식을 하자고 제안했고 재중,영생,규종은 오랜만의 회식이라 그런지 들뜬 표정을 하고 다들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의 흐름을 타지 못하는 한 낮고 어두운 목소리가 뒤이어 들렸다.
"미안, 난 안 갈래."
"......어?"
"뭐라고?"
시선을 베이스에만 고정시킨 채 베이스 줄을 튕기고 있던 현중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듯 단호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난 안 갈래."
"왜 안 가, 형! 오랜만에 회식인데...형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먹자!"
"그래. 이런 날은 빠지지 말고 그냥 와라. 좋은 날인데."
"미안해. 기분도 별로고..몸도 별로고..오늘 좀 날이 아니야."
"......"
한 순간에 넷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평소의 현중 같았더라면 같이 기뻐하며 술을 마시러 가자고 소리를 치고 있을 텐데, 어둡고 슬픈 표정으로 내빼는 현중을 보니 참 자신들의 마음까지 어두워졌다.
"...진짜 안 갈 거야?"
"응, 미안해. 재밌게 놀아."
"......"
현중이 베이스를 가방에 넣은 뒤 가방을 어깨에 맸다. 그리곤 눈인사로 그들에게 살짝 인사를 해 보였고, 뒤를 돌아 축 처진 발걸음으로 대기실을 나갔다.
나머지 네 명은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저런 현중을 두고 네 명이서만 즐겁게 놀러 가려니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영생이 걱정어린 시선으로 한숨을 내쉬며 규종을 바라봤다.
"정민이한테 무슨 연락 없어?"
"...응."
"뭘로 싸웠길래 이렇게 오래가는 거야...둘 답지 않게."
"......."
윤호가 우리라도 힘을 내자는 듯 영생과 규종의 어깨를 토닥거렸고, 규종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악기 가방을 들고 밖으로 향했다.
.
밖으로 나온 현중이 터벅터벅 한 걸음씩을 걷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핸드폰의 벨소리가 울렸고 현중은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알 수 없는 번호에서 전화가 오고 있었고, 현중은 잠시 번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네, 김현중씨 맞으세요?
"네..그런데요?"
-오토바이 맡기신 거 수리 완료됐는데..너무 안 가져가셔서요.
"아,맞다.......그거..지금 가지러 가도 돼요?"
-네,지금요? 아...네, 12시 이전 까지만 오시면 돼요.
"...네,지금 갈게요."
현중이 전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바라봤다. 12시가 되기까지는 아직 한두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현중은 수리점에 오토바이를 맡긴 적이 있었다. 약 2개월 전 승용차와 부딪히는 바람에 일방적으로 현중의 오토바이만 거의 함몰되다시피 부숴졌었는데, 그 일로 수리를 하기 위해 맡긴 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 때문에 오토바이를 탈 일이 없어졌고 자연스레 오토바이를 찾으러 오라는 가게의 전화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이였다.
하지만 오늘의 현중은 웬지 오토바이를 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밴드의 동료들과 어울려서 놀러 갈 기분은 아니였지만, 정민이 있을 집에 들어가고 싶은 기분도 아니였다. 그저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오늘 같은 날 운 좋게 전화가 왔으니, 오토바이를 타고 드라이브라도 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였다.
현중이 발걸음을 돌려 오토바이 수리점으로 가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현중씨!"
"......."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에 뒤를 돌아보자 뒤엔 새빨간 볼을 하고 서 있는 형준이 보였다. 현중은 순간 형준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도 빼지 않고 왔네요."
"오늘도 무대 멋있었어요!"
"김형준씨한테 안 멋있는 무대도 있어요?"
형준이 볼을 부풀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맞는 말이었다. 단 한 번도 멋있지 않았던 무대는 없었으니까. 형준이 자연스레 현중의 옆에 서서 그와 발걸음을 같이 했다. 현중도 그런 형준의 행동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어느새부턴가 많이 호전된 사이의 그들이였다.
"흐흐,근데 어디 가는 거에요?"
"오토바이 가지러요."
"오토바이? 부릉부릉?"
형준이 두 손을 앞으로 내민 뒤 시동을 거는 모양을 하자, 현중이 그 엉성한 폼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네."
"오토바이도 탈 줄 알아요? 우와- 현중씨는 못하는 게 뭐에요?! 진짜 대단해요!"
"나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 세상에 김형준씨 뿐일 걸요."
"흐흐,왜- 대단한데~.....아! 그런데요- 그 말투 좀 고치면 안 돼요?"
"뭐가요?"
"....제가 더 나이 어린데, 형준씨-형준씨- 이건 아니에요! 그죠!"
".....그럼요?"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진짜 나 현중씨가 형준씨라고 하면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김형준?"
"네! 형준이!"
형준이 밝은 얼굴을 하며 활짝 웃어보였고, 현중은 그런 형준의 웃음을 잠시 멍하니 시선을 빼앗겼다가 정신을 차리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부를 거죠? 그렇게 부를 거죠?"
"알았어요."
"반말도 해야돼요! 형준아, 반말할게요. 이건 좀 이상하잖아요! 그죠! 그죠!"
"아~ 알았어요, 그만 떠들어요."
"반말해야 됀다니까요."
"아~ 알았어요.."
"........"
"알았어."
형준이 활짝 웃어보이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현중이 그런 형준을 보며 보이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았어요? 뭐 대충은 알 것도 같지만-"
"티 많이 났어요?"
"존댓말! 존댓말!"
"티 많이 났..냐?"
"엄청,엄청 많이요. 아마 앉아 있던 사람들도 눈치 챘을 거에요. 얼굴 거의 안 들어올리고 계속 베이스만 쳐다보고 있었잖아요."
"....내가 그랬나."
"현중씨 무대에서 안 멋있는 건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기분이 축- 쳐져 있으면 음악이 제대로 안 나오잖아요. 그러니까 힘 내서! 화이팅! 알겠죠?"
형준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현중의 앞에 내밀었고 현중이 그 주먹과 형준의 얼굴을 번갈아보다가 형준의 그 다부진 표정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신기하단 생각이 들었다. 정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면, 아무도 현중에게서 정민에 대한 생각을 가져갈 수가 없었다. 영생이 말을 걸어도, 규종이 말을 걸어도 머릿 속은 정민에 대한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형준은 달랐다.
물론, 형준이 지극히 '현중의 이상형'으로 생겼다는 것도 큰 영향을 주긴 주었지만, 형준에게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멍-하니 빠져들게 되면서 사람을 미소짓게 하는.
그래서인지 형준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느새 정민에 대한 어두운 생각은 날아가고, 기분이 좋아지게 바뀌는 게 대부분이었다.
"화이팅."
".....흐흐,그런데...왜..그렇게 빤히 봐요? 저 뭐 묻었어요? 아까 거울 봤는데.."
"그냥."
"에이-뭐에요, 싱겁게.. 어어, 같이 가요!"
형준이 빠른 걸음으로 현중을 쫓아와서는 그의 옆에 섰다. 두 사람의 어깨에 부딪혔고, 형준이 현중에게 미안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수그리고는 다시 그의 옆에 섰다. 현중은 아무런 말 없이 형준을 바라보며 살짝 웃어보였다.
"...그런데 원래 그렇게 사람이 착해요?"
"어....예?"
"...그냥...난 잘해 준 기억이 없는데 너무 잘해주니까.."
"에...그건...그니까.."
그 때였다. 형준이 아무런 말도 대답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을 즈음, 현중은 자신이 질문을 해 놓고서 대답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딴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한참을 망설이며 눈동자를 굴리던 형준의 시선이 갑자기 어느 한 곳에서 정착했다.
"...!!!"
수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거리에서 그가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정민이였다. 자신과 현중이 같이 있는 걸 안다면 분명히 안 그래도 요즘 상황이 안 좋은 현중에게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정민의 옆에 있는 또 다른 남자를 발견했다. 남자와 정민은 아무래도 동행인물인 것 같았고, 놀랍게도 그 남자는 형준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 채로 몇 초가 흘렀다. 아무래도 두 사람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때, 정민은 자신의 옆에 있던 남자가 한 방향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눈치 챈 듯, 그 남자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뭐해요? 안 따라와요?"
"...어..네...네?!"
한 걸음 앞장서서 걷던 현중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당황한 형준은 현중과 정민을 번갈아 바라봤다. 정민은 아무래도 현중을 발견한 듯 놀란 눈을 하고 있었다.
"뭘 그렇게 보..."
현중이 형준의 시선을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찰나였다. 형준이 잽싸게 그의 손목을 잡았다. 갑작스런 형준의 행동에 놀란 현중이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봤고, 형준은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당황한 현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형준을 바라봤고, 현중의 얼굴 뒤로 보이는 정민과 옆의 남자를 슬쩍 바라본 형준은 현중의 손목을 세게 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했다.
당황한 현중은 눈을 크게 뜬 채로 제 앞에 와 있는 형준을 말 없이 바라봤고, 형준은 현중의 손목을 놓지 않으려는 듯 세게 잡고는 눈을 질끈 감았다.
".....!"
머지않아 현중의 입술에 형준의 입술이 맞닿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