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와 죽음사이 .................
Kissing Or Dying
Killing Or Desertting
키스하거나 죽거나
죽이거나 놓아주거나
* K O D 20 오로지 당신이여야
"......"
영운이 갑자기 정민의 어깨를 잡고 방향을 돌렸다. 정민의 고개가 돌아갔고, 정민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영운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영운의 힘이 정민보다 셌기에, 정민의 손목이 영운의 손에서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다. 정민이 계속해서 영운의 손목을 뿌리치며 반항을 하자, 영운이 정민을 꽉 끌어안고는 정민의 얼굴을 제 가슴팍에 묻어버렸다.
"놔..!!"
"보지마."
"...놔라고!"
"아무것도 보지마라고."
"....놔란말야..."
"........"
정민의 눈가엔 그새 눈물이 맺혀 있었다. 건드리면 툭-하고 떨어질 것 같은 굵은 눈물 방울이 정민의 눈에 맺혀 있었고, 영운은 제 가슴에 안긴 정민을 안쓰럽게 바라 볼 뿐이었다.
"...제발 놔주란 말야..."
"........"
.
형준의 입술이 조심스레 떼어졌다. 어느새 길거리를 걸어다니던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에 경악을 한 모습이었고, 당황스런 현중은 볼에 가득 홍조를 띄우고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뭐.."
"...저 착한 거 아니에요...아무런 감정도 없이 현중씨한테 이렇게 대하는 거 아니라구요."
"뭐...?"
"저 착한 거 아니라구요...제가...많이 좋아하고 있어요."
"...뭐요?"
"사랑...한다구요."
형준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어올리고 현중을 바라봤다. 볼이 새빨개져서는 형준을 바라보고 있는 현중의 표정은 당황스러워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
현중은 형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멍해지고 머릿 속에 새하얘졌다. 그리고 머릿 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모두 빼앗기고는 했다. 그리고 또, 지금이 그랬다. 평소보다 더 심하게. 이번엔 심장까지 같이 뛰고 있었다.
"저번에 거짓말 했어요, 김현중씨를 사랑하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그런데 아니에요, 사랑하고 있다고 그랬잖아요, 좋아하는 사람...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에요."
"......."
"...미안해요, 지금 힘든데 이런 마음 고백하는 거...정말 안 된다는 거 알지만..."
"......."
".....미안..해요.."
심장이 터질 듯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여자에겐 수차례 고백을 받아왔던 현중이었지만, 정민에게도 먼저 고백을 했기 때문에 남자에게 고백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심장박동의 빠르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에..그니까.."
"어떻게 해달라는 거 아니에요..그냥..조금 더 친해졌으면 좋겠고...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그냥 알기만 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현중은 이성의 끈을 잡았다. 이 상황으로 간다면 어떻게 될 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현중이었다. 아무리 정민이 제 속을 썩이고 있더라도, 아직 현중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은 정민이였다. 도저히 정민의 존재를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거..."
"........"
"....못들은 걸로 할게."
현중이 조심스레 형준을 지나쳐 걸어갔다. 형준의 충격먹은 표정이 눈 앞에 아른 거렸지만, 지워버리려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머릿 속에서 정민을 떠오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현중의 머릿 속에 떠오르는 건 정민의 웃는 모습이 아닌, 형준의 웃는 모습이었다.
.
"...들어가자."
"뭐라고?"
"....들어가자고."
"...왜 이래."
한참을 영운의 손에 붙잡혀 돌아다니기를 몇 시간 째, 정민이 영운의 손목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당황한 영운은 정민이 서 있는 건물을 올려다보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너 답지 않게 망설이지마."
"....."
정민이 영운의 손목을 더 세게 잡아당겼다. 영운이 엉겁결에 정민의 뒤를 따랐고, 정민은 주저할 것 없이 영운을 이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 건물은 모텔이었다.
"자고 가실 거에요, 쉬고 가실 거에요?"
"......"
모텔주인의 말에 정민이 고개를 돌려 제 뒤에 있는 영운을 바라봤다. 영운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정민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정민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자고 갈 거에요."
"네, 여기 방 키요."
"......"
정민은 영운을 잠시 쳐다보다가 앞장서서 모텔방 안으로 들어섰다. 영운은 그런 정민을 따라갔고, 정민은 주저할 것 없는 발걸음으로 침대로 다가갔다. 정민이 잡고 있는 영운의 손목이 영운을 침대로 이끌었고, 영운은 그런 정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정민.."
"뭘 보고 있어...늘 하던 대로 아냐?"
"오늘은 진짜...아닌 거 같은데..그만해, 옷 입어."
"뭐가 아냐. 아까 그런 거 봐서? 그런데 그런 거 봐서 니가 뭐 어쩔거야? 내가 안하자고 하면 몰라도, 넌 그런 거 신경 안 쓰잖아. 내가 얼마나 고통스럽던, 아프던은 신경 안 쓰잖아."
"......"
"...장난하는 거 아냐.후회도 안 할 거야."
"왜 이래,너..."
정민은 자신의 티셔츠를 벗은 뒤 바닥에 내려놓았다. 영운은 그런 정민을 말리려는 듯, 바닥에서 정민의 티셔츠를 주워올렸고 정민은 영운의 바지지퍼에 손을 대더니 그의 벨트를 풀렀다.
"야,박정민.왜 이래.."
"........"
"....너 나중에 후회할 거 다 알아. 그니까 하지마."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던 정민이 영운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침대에 앉아 있던 정민의 고개가 높게 들려졌고, 그가 영운의 손목을 떨리는 손으로 잡았다.
"...후회할 거 알아...근데 후회해도 상관 없어.."
"........"
"지금 복잡해서 죽을 거 같아, 김현중이 가득 차서...머리가 터질 거 같아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지금 그런 생각 하기 싫단 말이야..."
"........"
"...그냥...아무것도 생각 못 하게...내 몸을 찢어버려도 좋고...부숴버려도 좋으니까..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아까 봤던 건 다 잊어버리게 해줘...나 어떻게 하든 상관 없으니까, 어떻게 좀 해봐....흐으윽...흑..."
"......."
"얼마나 아픈 건 상관 없으니까...나....제발...도와줘....흐윽...어떻게 좀 해봐..흐으으..."
영운의 입술이 정민의 입술에 와 닿았고, 정민의 울음소리가 영운의 입 안에 막혀버렸다. 정민은 정말 작정이라도 했다는 듯, 자신의 혀를 움직이며 영운의 허리를 꽈악- 껴안았다.
분명 몇 시간 뒤엔 미칠 듯한 후회에 자멸감이 들 거란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정민은 멈출 수가 없었다. 머릿 속엔 그 영상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영상을 머릿 속에서 떠오르지 않게 하기 위함이라면 무엇이라도 좋으니까 어떻게든 지워지기를 바랬다. 그게 어떤 고통이라 할지라도 정민은 참아 낼 마음이 있었다.
.
"이것 보세요,말끔하게 고쳐졌죠?"
".....그러네요."
"성능도 더 좋을 거에요."
".....네."
현중이 말끔히 수리 된 오토바이를 끌고 수리점을 나왔다. 몇 개월만에 다시 만난 오토바이가 반가웠지만, 머릿 속은 오토바이에 대해선 도저히 집중이 되질 않았다. 조금 전 형준이 고백을 했다.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지금껏 자신에게 해왔던 행동과, 그 진지한 표정을 보면 거짓이 아니라는 것 쯤은, 진심이었다는 것 쯤은 누구나 알 수가 있었다.
"......후우.."
현중이 한숨을 내쉬며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어릴 적 부터 오토바이를 좋아했던 이유는, 타고 있는 순간만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가 않았기 때문에서였다. 선생님의 공부하라는 소리도, 부모님의 음악은 때려치우라는 소리도 오토바이를 타고 있는 순간 만큼은 잊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 현중은 머릿 속을 비워야 될 느낌이 들었다. 현중은 제 머릿 속을 괴롭히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잊어비리기 위해 현중은 헬멧을 꼭 눌러썼다.
큰 엔진소리와 함께 오토바이가 출발했고, 오랜만에 타 보는 오토바이는 처음엔 조금 어색한 듯 하더니, 역시 제 주인을 알아본 건지 빠르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중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순간 모든 걸 잊을 수가 있었다.
점점 더 멀어져가는 정민과의 관계라던지. 언젠가부터 자신을 두근거리게 하는 형준이라던지.
그 모든 것들을 말이다.
.
정민이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바라보자, 눈은 어느새 새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정민은 보기 싫은 듯 고개를 돌려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침대에서 자고있는 영운이 보였다. 원래 먼저 잠드는 일은 없었는데, 어느 때보다 체력을 많이 써서 그런지 많이 피곤한 모양이었다.
정민이 아직도 얼얼한 하체때문에 인상을 쓰며 침대로 다가갔다.
"....."
조금씩 머리는 이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일은 정민에게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되어 있었다. 자신이 미쳐버린 것 같았다. 한 번도 영운의 행동이 제대로 된 행동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정민 자신이 반항을 하지 않아서 그렇지, 그건 명백한 강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강간범 조차도 거부를 하는 상황에서 강간범에게 '날 덮쳐줘.'라고 몸을 내민 정민의 꼴은 가히 변태라고 밖에 떠올릴 수가 없었다.
영운의 말 그대로였다. 영운이 분명 몇시간 뒤에 후회할 거라고 정민에게 경고를 했지만, 그 조차도 괜찮다며 무시한 정민이였다. 하지만 자신에게 드는 자멸감은 생각했던 것 보다 꽤 컸다.
"....."
자고 있는 영운을 바라보던 정민은 갑자기 다급하게 옷을 입었다. 영운이 깨어난다면 어떻게 대해야 할 지가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 여기 있어봤자 영운이 일어나고 난다면 또 다시 그와 몸을 얽히게 될 게 뻔했다. 여기서 한 두 번 덜한다고 지금까지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였지만, 정민은 모든 걸 피하고 싶었다.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힘든 상황이 되면 무조건 피하기만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정민이였다. 너무 약해져버린 자신을 알면서도 정민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은 그저 현중의 얼굴을 보고싶었다. 아직은 너무 두려워서 모든 걸 말해줄 수는 없겠지만, 현중의 얼굴을 봐야 이 터질 것 같은 머릿 속이 안정을 찾을 것 같았다. 도저히 현중이 아니고는 이 미칠 듯한 불안을 해결해 줄 사람이 아무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어느새 옷을 다 차려입은 정민이 빠른 걸음으로 모텔을 빠져나왔다.
정민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 처럼 주위는 보지 않고 집으로만 향했다. 정민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듯 발걸음이 떨리고 있었다.
정민은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도착했고 떨리는 손으로 집 문을 열었다.
"......"
집 안은 조용했고 정민은 주저하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제발 현중이 집에 있기를 바랬다. 정민이 간절한 마음으로 몇 번을 되내이면서 거실에 발을 놓을 찰나, 방 안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머지 않아 방 문이 열렸다.
"....어?"
"........"
문을 열며 방 안에서 나온 사람은 현중이었고, 현중은 정민을 보고 놀란 듯 굳어 있었다. 정민은 놀란 듯 현중을 바라보다가 머지 않아 멍하니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정민의 떨리는 손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파도처럼 몰려오던 불안감도 어느새 달아나고 있었다.
갑자기 정민이 현중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머리가 아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행동했을 뿐이었다.
".....!"
현중에게로 다가간 정민은 아무런 말 없이 현중을 끌어안았다. 현중의 허리에 제 팔을 세게 감고, 현중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현중의 심장박동이 제 가슴에 전해져오는 게 느껴졌다.
이런 존재였다. 무서울 때면, 두려울 때면,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불안을 없애버릴 수 있는 게 현중의 존재였다. 현중을 보지 못했더라면, 정말 정신을 못 차리고 어떻게 됐을 지 모를 일이었다. 정민은 다시금 자신에게 있어서 현중의 필요성을 느꼈다.
당황한 채로 서 있던 현중은 놀란 듯 가만히 굳어 있다가 조심스레 정민의 허리에 제 팔을 감쌌다. 두 사람의 팔이 기분좋게 맞물렸고 정민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현중의 심장소리와 숨소리를 느꼈다.
그렇게 서로를 껴안고 서로의 숨소리에만 집중을 한 채로 몇 분이 흘렀다. 정민이 갑자기 휘청하며 쓰러지려하자 현중이 그런 정민을 받아내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정민아?"
"......."
"......박정민?"
"......."
"..자는...거냐?"
현중이 황당하다는 듯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극도로 피곤해있던 정민은 현중에게 안기자마자 모든 긴장이 풀어져버렸고, 그를 껴안은 채로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현중은 그런 정민을 보며 피식 웃은 다음, 정민을 안아 들고 침대로 옮긴 뒤 조심스레 눕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래도 참고 기다리기로 했다. 정민이라면 시간이 언제 걸릴지라도 언젠가 현중에게 꼭 말해주리라 믿었던 것이었다.
정민을 침대에 눕혀두고 나오자 머릿 속에 있던 사람이 다시 떠올랐다. 현중이 고개를 내저으면서 그를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오늘 정민의 행동은 분명 화해의 행동이었고, 두 사람은 시간이 머지 않아 예전으로 돌아갈 수가 있었다. 이런 판국에서 그를 계속해서 떠올리는 건 해서는 안 될 일이였다.
하지만 머릿 속에 계속해서 떠오르는 형준은, 정민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쉽게 잊혀지지 않으며 현중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를 머리에서 지워낸다는 게 쉬울 줄 알았지만, 현중에게 그를 지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였다.














